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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 시대…아이스 마다할 이유없네

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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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시절에 그곳을 찾는 이들은 커피 깨나 마시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설탕을 타 먹지 않았고, 뜨거운 여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좋은 커피일수록 따뜻하게 마셔야 그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고지식하게 따뜻한 커피만을 들이키던 애호가들의 고집은 나름 근거가 있다. 우리 혀의 맛봉오리(미뢰)에는 온도에 따라 다른 맛을 느끼는 이온채널이 있는데, 온도가 높을수록 이 이온채널의 활성도가 증가해 더 많은 맛을 느낀다. 커피 또한 따뜻할수록 더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커피의 온도를 주제로 한 유수의 논문에서는 적정 온도를 70도 내외로 규정하고 있다. 과학적인 근거를 떠나서라도 당장 유럽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로부터 아이스커피가 메뉴에 없었다는 증언을 듣고 나면, 사우나의 열기가 느껴지는 한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셔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얼음이 들어간 음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기원은 산업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이 얼음을 활용한 역사는 꽤 오래되었지만, 상시에 얼음을 얼려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10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현대적 의미의 압축식 전기 냉장고는 1862년 등장했다. 하지만 가정에서 냉장고로 얼음을 얼려 먹기 위해서는 이중온도 냉장고가 등장한 1930년대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것도 미국에만 한정된 일이었는데 1959년을 기준으로 미국 가정의 냉장고 보급률은 96%였던 반면 영국은 1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1965년 금성사가 눈표냉장고를 출시하며 얼음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1980년대까지 보급률은 37.8% 정도로 여전히 얼음은 진귀한 존재였다.


산업적 배경을 떠나서도 얼음을 넣은 음료는 오랫동안 인기를 끌지 못했다. 특히 러시아 사람들은 얼음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얼음이 위생적이지 않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그 믿음은 소련이 붕괴되기 이전인 냉전 시대에 탄생한 사람일수록 견고하다. 얼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것은 유럽인들도 마찬가지다. 아이스음료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 생각하기 때문인데, 얼음의 부피로 음료의 양이 줄어들뿐더러 녹은 얼음으로 맛도 없어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얼음이 귀하던 시절의 전통과 산업적 맥락은 희미해지고 있다. 백신도 냉동 상태를 유지해 국경을 넘나들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누구나 커피 없이는 하루 일과를 보낼 수 없는 커피의 시대가 되었다. 여전히 따뜻한 커피를 고집하는 애호가들도 있지만,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가 대세를 이룰 정도로 아이스커피의 위상이 높아졌다. 소위 제3의 물결로 불리는 스페셜티커피 시대에 이르러서 높아진 커피의 품질 또한 아이스커피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히려 동동 띄운 얼음 덕분에 어떤 맛과 향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데, 과일의 상큼함부터 초콜릿의 달콤함까지 아이스커피에도 백만 가지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커피를 마실 때 미뢰만을 사용하지 않는다. 유리잔에 맺힌 차가운 물방울이 주는 시각적 만족감은 물론, 어른들이 마시던 아이스 믹스커피에서 빼먹었던 얼음의 단맛의 추억까지도 함께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아이스커피를 마시지 않을 이유가 없다.